에릭 젠슨(Eric Jensen)
러닝 브레인 엑스포(Learning Brain Expo) 대표
에릭 젠슨(Eric Jensen). 전직 교사이며 국제신경과학회의 회원으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강연을 하고 있다. 1982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국 최대의 두뇌 기반 프로그램인
슈퍼캠프(SuperCamp)를 공동 개발한 젠슨 박사는 현재 뇌기반 교육법을 사용한 교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어디 맞장 한 번 뜰까?” 흥행 대박을 터뜨렸던 영화 <두사부일체>의 한 장면에서 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폭력적인 어투로 내지르는 말이다. 이 장면은 다소 과장되었지만 우리 교육의
병폐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학원 폭력과 무너진 교권, 이로 인해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청소년들.
이것이 바로 우리 학교 교육의 현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우리 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십대들의 총기 난사 사건 등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미국의 교육계도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들에서 학교 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즈음 뇌 과학을 교육에 접목시킨 두뇌 기반 교육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릭 젠슨은 미국의 대표적인 두뇌 기반 교육법 전문가로 미국 샌디아고에서 열린 ‘러닝 브레인
엑스포(Learning Brain Expo)를 주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러닝 브레인 엑스포는 두뇌 기반 교수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새롭게 밝혀진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장이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도 주목할만한 두뇌 기반 교육법.
그 전문가 에릭 젠슨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뇌’를 무시해 왔다.
“두뇌 기반 교수법(Brain Based Learning)은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를 교육적 기법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들이 더 높은 성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실제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둔
교수 원리입니다. 이전의 교육 이론은 행동 심리학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그 때에는 뇌에 대해 밝혀진
바가 거의 없었지요. 그러나 최근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뇌과학의 연구들은 실제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라고 에릭 젠슨은 말한다.
또한 그는 “교사들이 학습의 주체인 ‘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이 원리는 미국의 학교 교육에 지도 교사를 통해 적용되고 있는데, 시간과 에너지의 분배,
기타 활동과 장단기 목표를 수립하는데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도 창피 당하지 않는 교실
두뇌 기반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의 주변 환경에서 위협을 제거하고, 그 대신 충분한 관심과 피드백,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어서 뇌가 최대한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두뇌 친화적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의 위협은 아이들을 위축시키는 망신감, 손가락질, 방과 후 남기는 것, 굴욕감, 냉소 등을
말한다. ‘두뇌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사는 가슴으로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상호교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배움의 기쁨’을 회복시켜주자는 것이다.
뇌는 적응성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환경을 조성해 주느냐에 따라 비교적 쉽게 변화한다고
한다. 이렇게 학생들 각자의 스피드를 존중하여 기다려 주고, 두뇌에 풍요로운 환경을 마련해 주었을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뇌 기반 교육가들에 따르면 이럴 때 아이들에게서 모두를 깜짝 놀랠 만한
창조력과 학습능력, 균형 잡힌 인성이 저절로 드러난다고 한다. 뇌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뇌가 움직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최신 뇌과학의 연구 결과는 지금껏 교육에 쓰였던 여러 기법들이 실상 우리 뇌의 작동 기제와 맞지
않는 점들이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일례로 인간의 뇌는 한 가지 정답을 내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항상 새로운 답을 시도함으로서 진화의 폭풍우를 거치며 생존해왔기
때문이다.
시험에 쓰이는 사지선 다형 기법은 이런 면에서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극반응 메커니즘에 기반한 상벌제는 단순한 육체적 반응에는 효과가 있지만,
창조성이나 고차적 인지 기능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 감정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이 사실과 관련하여
두뇌 기반 교육법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알아야 될 사항은 무엇입니까?
“교사들은 학생들의 감정 상태가 학습에 매우 기본적이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상태에 영향을 끼치고 관리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들이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 있을수록, 학습은 극대화됩니다.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모두 다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불량배와 다툼이 있었는지, 어떤 나쁜
소식을 접했는지도 모르죠. 말하자면, 학생들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기분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수업 중에는
학생들이 계속적으로 각성되어 있고, 학습 동기가 유발될 수 있도록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교육자 자신이 뇌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예컨데, 학생들에게
편도체(뇌에서 부정적 감정의 기억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영역)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가요?
“맞습니다. 학생들이 준비가 되면 학생들에게 뇌와 자신의 인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교육 시키십시오.
그것은 단기적인 효과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의 자기 조절 능력,
자신감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동기 부여도 시켜 줄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스트레스가 학습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언급하셨는데,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는 유용한 두뇌 기반 교수법이 있습니까?
“스트레스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숙제를 주거나 과도하게 어려운 교과
과정으로 밀어 넣지 마십시오. 학생들에게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시고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 과목을 들을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해 주십시오. 예체능 과목이 오히려
아이들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뇌과학으로 이미 증명되어 있습니다. 예체능 과목은 단지
단기적인 성적 향상에만 이바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예술을 음미할 줄 알고,
정서적으로 풍부하며,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는데에 큰 몫을 할 것입니다.”
운동을 담당하는 두뇌 기능과 인지를 담당하는 두뇌 기능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밝혀졌는데,
스트레칭, 이완 또는 호흡법이 학습과 기억력 향상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줍니까?
“위에 언급된 방법은 모두 매우 파워풀한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교실에서 이러한 기법들은 모두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합니다. 그것이 학생들의 성취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장기기억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
있는 신경 세포를 죽이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 요법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지요.”
운동은 두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신경 세포의 성장과 상호 연결을 촉진하여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하기도 한다고 한다. “매일 체육 교육을 받은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보다 더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가지며 학업 수행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여러
연구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라며 “주 3회, 20분 정도의 적절한 운동은 아주 유익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에릭 젠슨은 덧붙였다.
당신은 현재까지 3만 5천명이 수료한 미국 최대의 청소년 대상 뇌 기반 프로그램인
슈퍼캠프(Super Camp)의 공동 개발자이기도 한데,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요즘 많은 학생들은 ‘학습된 무기력증(Learned Helplessness)’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아무렴 어때요. 저는 상관없어요.” 와 같은 냉소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수퍼 캠프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러한 무기력증을 해소시키는 데에 주력하는
10일간의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이것은 매우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며, 아이들이 스스로의 책임감에
대해 눈뜰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슈퍼캠프(Super Camp)에 참가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성적과 자아 존중감, 학교 참여도가
향상한다고 말한다. 10일간의 일정을 마친 한 참석자는 다음과 같이 느낌을 나누었다. “여기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무작위로 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일간 우리는 어떤 폭력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체험했거든요.”
학교는 정보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21세기는 지성과 인성 그리고 창조성을 고루 갖춘 사람, 즉 전인적인 인재를 요청하고 있다.
과연, 우리 교육계는 이에 부응할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자살하기 전 일기장에 “숙제가 태산 같다… 매일 학교 끝나고 속셈 학원과
영어 학원을 거쳐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는 글을 남겼다. 이 아이의 한 마디는 0교시부터 야간 학습까지 국화빵
교육을 시키며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우리 교육에 대한 절규이다.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이나 도서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요즘, “학교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지
정보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라는 에릭 젠슨의 말은 ‘진정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한다.
출처 : 브레인미디어
링크 : www.brainmedia.co.kr